가을 아침은 상쾌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전주 천을 달리다 보면 졸졸 흐르는 물이 반갑습니다. 물은 가을 아침 고추잠자리처럼 훨훨 하늘로 날아가고 싶어 합니다. 가을 속에 흐르는 물은 오순도순 이야기 하며 걸어가는 사람같이 정겹습니다. 물은 인간처럼 사는데 근심할 것도 없고, 남은 생의 잔고를 계산하지 않으며 흐릅니다. 나는 전주천의 물소리를 들을 때마다 생각나는 글이 있습니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이 말은‘가장 착함은 물과 같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지요. 이 글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을 담고 있어 몇 번이고 읽어 보았습니다.
톨스토이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라는 글을 읽고 나서 그의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은 노자가 말한 물이다. 막히지 않으면 물은 흐른다. 둑이 있으면 물은 멈춘다. 물은 네모 그릇에 담으면 네모가 되고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글어진다.” 라며 물은 무엇보다 귀하고 강하다고 적었다고 합니다. 또한 톨스토이는 노자 속에서 예수를 만났다고 합니다. 노자와 예수는 난 시대가 다르지만 깨달은 진리는 하나였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노자나 예수가 하느님의 얼을 받았으니 같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그 뒤 그는 젊은 시절 건방지고 자만심 많고 거칠고 무례했다고 하는데 그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변해 유순한 사람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 글의 참신한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내면에 흐르는 물을 좋아합니다. 물은 자연의 이치를 따라 흐릅니다. 인간의 삶 그것 또한 자연의 이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를 속이고 거짓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이 거꾸로 흐르지 않습니다. 삶 또한 억지로 나를 속이고 살 수 없습니다.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나이 든 사람의 행동이고 정의로운 자의 마음이라고 봅니다. 비록 늙어간다 하더라도 마음은 항상 청춘이지 않습니까. 더러는 무릎이 아프고 살기 힘들어 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일수록 원칙을 찾아 생활하고 인정 넘치는 삶이 필요합니다. 병들고 모양새가 조금 비뚤어지면 어떻습니까. 젊었을 때의 예쁜 얼굴, 당당히 호령하던 배짱과 기세는 어디 갔습니까.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은 행동과 마음에 있습니다. 복지시설에서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로 댄스 스포츠도 하며, 붓글씨도 쓰고 노래도 부르며 인터넷도 하면서 기죽지 말고 멋있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 아닌가요. 항상 무엇인가 새로 배우면서 아름다운 인생길을 물 흐르듯 그렇게 살아가야겠습니다.